
오늘은 달랏에서 ‘구름 사냥’을 하러 간다. 이름부터 왠지 귀엽지 않은가. 새벽에 산 위로 올라가 일출을 기다리고, 그 아래로 구름이 바다처럼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투어이다.
달랏의 클라우드 헌팅과 새벽의 빛
- 예약처: 아고다(Agoda)
- 투어 시간: 오전 4:00 - 10:00
우선 투어사 메인에 있던 사진과 구글에서 찾은 ‘희망편’ 사진이다. 사진을 보자마자 “아, 이거다.” 싶어서 바로 투어를 예약했다.

일출을 보러 가는 투어라 새벽 4시에 숙소 앞으로 픽업이 온다고 했다. 다행히 알람에 맞춰 무사히 일어났고, 간단히 나갈 채비를 하고 숙소 앞으로 나왔다.
내가 거의 첫 번째로 픽업된 승객이었고, 이후 몇 곳을 더 돌며 사람들을 태우니 대략 10명 정도가 모였다. 중간에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일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투어에 탑승한 한국인은 나뿐이었고, 아고다를 통해 예약한 투어라 그런지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구름 사냥을 하러 도착한 곳은 산마이 카페였다. 이곳에서는 아침 식사를 카페에서 할 수 있었는데, 티켓 가격에 음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쌀국수 같은 메뉴를 선택했지만 나는 계란후라이와 빵을 골랐다. 나중에는 추워서 국물을 시킬걸 하는 후회를 하긴 했다.
달랏은 다른 도시들과 달리 고산지대라 새벽에는 꽤 쌀쌀하다. 구름 사냥 투어를 생각하고 있다면 가벼운 겉옷 하나쯤 챙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점점 하늘이 밝아오고, 이제 구름 사냥을 하러 갈 시간이 되었다.
막상 이동 거리는 멀지 않았다. 카페에서 걸어서 몇 걸음만 나가면 바로 그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아까 보여준 희망편 사진의 구름은 온데간데 없고, 나에게는 절망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구름 사냥에 실패했다. 날이 흐려서인지 구름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라 아주 조금만 걸려 있다. 내가 기대했던 장면은 이게 아니라서 조금 아쉽다.
예전에 한 번은 한라산 정상에 올랐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날이 흐린 날이라 정상에 도착했는데 백록담은 보이지 않고,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인 것처럼 보였던 기억이 난다. 이번 생일 이벤트도 그렇게 또 한 번 실패한 셈이다.
그래도 새벽 공기만큼은 참 좋다.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다시 아까 그 자리로 한 번 더 가보기로 했다.

어느새 날이 꽤 밝아졌다. 기대했던 구름 바다는 아니었지만, 산 위에 구름이 살짝 걸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기 저 끝자락이라도 남아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투어는 오전 반나절 동안 진행되는 일정이다. 아까 다녀온 일출 구름 사냥을 시작으로, 향과 관련된 장소, 딸기 농장, 그리고 뷰가 좋은 카페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다음으로 방문한 향과 관련된 장소였다.

향수의 원재료로 쓰이는 풀과 꽃들이 가게 뒤편에 심어져 있었는데, 직원분이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며 직접 향을 맡아보게 해주셨다. 손으로 풀을 살짝 쓸어 향을 맡아보니 정말 자연 그대로의 향이 느껴졌다. 인공적인 향이 아니라 풀과 꽃이 가진 천연의 향이라 더 좋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이런 원재료들을 이용해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향수들을 재해석해 만든 향들도 있다고 한다. 덕분에 여러 향을 맡아보면서 내가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도 알게 되었고, 그중에서 43번 향을 구매했다. 용량이 작은 편이라 금방 닳을까 봐 지금도 정말 아껴 뿌리고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딸기 농장이었다. 사실 특별한 체험이 있는 곳은 아니었고, 잠깐 둘러보며 딸기를 몇 개 맛보는 정도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딸기보다 이곳에 있던 고양이들이 더 기억에 남았다. 너무 귀여워


투어의 마지막 코스로, 뷰가 좋기로 유명한 Lời Của Gió Coffee 카페에 도착했다.


북서풍의 카페는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컸고, 공간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고, 중간중간 거울이 있어 거울 셀카도 몇 장 찍었다. 이곳에서는 자유 시간이 비교적 길게 주어져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잠시 앉아 쉬기도 했다.

투어가 끝난 뒤 다시 숙소 앞까지 데려다주셨다. 체크아웃 시간까지 조금 여유가 있어 잠시 낮잠을 자고 나왔다. 아무래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다 보니 살짝 피곤하기도 했다.


출출해서 뭘 먹을까 구글지도로 식당을 찾다가, 눈에 띈 사가르 인도 레스토랑에 카레를 먹으러 왔다. 오랜만에 라씨를 마셨는데 맛있었고, 난도 맛있었다. 가볍게 먹으려 했는데 또 무거운 식사를 하고 나와버렸다.

그리고 조금 걸어 솔트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들렀다. 서점에서 산 키즈북으로 스도쿠도 풀고, 남은 여행 일정도 천천히 정리해 보았다.
그런데 옆자리에서 누군가 전자담배를 몰래 피우고 있어 결국 조금 짜증이 나 자리를 떠났다.
달랏 숙소 추천 '젠 밸리 달랏 리조트'
- 예약처: 아고다(Agoda)
- 객실 정보: 트리플룸-발코니, 가든뷰
- 금액: 1박 87,000원(조식 포함)

그리고 오늘 머무를 숙소 Zen Valley Dalat에 도착했다. 달랏에서 3일을 머물다 보니 마지막 하루는 다른 곳에서 지내보고 싶었다. 이전 숙소에서 2박 했던 가격과 여기 1박 가격이 비슷했다.


숙소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어 바로 예약을 했었다. 하루밖에 머물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시내에서 약간 거리가 있긴 했지만 아주 먼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이라 더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의 욕조가 정말 좋아 보였다. 여행 중간에 지친 몸을 풀어줄 반신욕이 필요할 것 같았다.


수영장에 사람이 없어 혼자 전세 낸 것처럼 잠시 물에 들어가 놀았다. 체크인하자마자 수영장에 가면 사람이 없는 것 같다.
파인다이닝 추천 '샘 다이닝(Sam Dining)'
- 주소: BL10 KQH Yersin, Phường 9, Đà Lạt, Lâm Đồng BL10, KQH Yersin, Lâm Viên - Đà Lạt, Lâm Đồng 66000, Vietnam
- 예약: 구글맵으로 예약 (현재 휴업 중)

그리고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파인다이닝 식당 Sam Dining을 찾아왔다. 숙소 근처에서 갈 만한 곳을 지도에서 찾다가 후기가 좋아 보여 예약을 하고 방문했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미리 예약하고 온 식당이었다.

지금 내 생일이라고 통으로 대관을 해준 건가? (농담) 식사가 끝날 때까지 손님은 나 혼자였다.


자리 옆에는 통창이 있었는데, 길 건너편 주방이 훤히 보였다. 그곳에서 요리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왠지 오직 나 한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Tomato Butter와 Pupae Butter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해서 두 번째를 선택했는데, 지금 보니 번데기 버터였다. 어쩐지 맛이 조금 독특하다고 느꼈다.



역시 메인 스테이크 요리~

마지막 드라이아이스 연기 속에서 나오는 아이스크림까지,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나왔다. 숟가락을 내려놓기 무섭게 바로 다음 요리를 준비해 내어주셔서 서비스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호화로운 식사를 기대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달랏 여행이 끝나버린 느낌이다. 그래도 내일은 또 무이네로 떠난다. 상황 전개가 꽤 빠른 여행이다. 하지만 한 도시에만 머무는 것보다 이렇게 한 나라에서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것 같다.
달랏은 덥지 않고 적당히 선선한 날씨에 관광지와 자연까지 볼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3일 동안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이제는 머릿속에 대략적인 달랏의 지도가 그려질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이쯤에서 달랏을 놓아줘도 될 것 같다. 베트남 여행지로 충분히 추천할 만한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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