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날은 도심 속 자연을 걷는 날이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유명 명소를 찾아, 내가 이 도시에 와 있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는 날이기도 하다. 최대한 여유롭게, 마음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어 볼 생각이다.

숙소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이스트코스트 비치로 향했다. 살균 100% 자연 건조기 같은 날씨. 쨍쨍한 햇볕과 미세먼지 없는 공기가 그저 부럽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해변으로 가기 전, 근처에 마트가 보여 잠시 들어갔다. 현지 마트를 구경하는 일은 어린아이가 장난감 가게를 둘러보는 것만큼 재미있다. 반나절은 충분히 머물 수 있을 것 같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과일 코너가 보였다. 한때 나는 과일 킬러였다. 잠시 호주에 살던 시절에는 거의 매일 마켓에 들러 과일을 한가득 사 오곤 했다. 주말 아침 바나나 두 송이를 사 와 소분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당 중독이였을까. 과일은 이상하게도 한도 끝도 없이 계속 먹을 수 있다.
쌓여 있는 과일 중에서 직접 고르고, 봉지에 담아 무게를 재는 과정도 오랜만이었다. 사과 다섯 개를 담고 2층으로 올라가 식료품 코너를 둘러봤다. 싱가포르와 호주가 가까워서인지, 예전에 자주 사 먹던 제품들이 많이 보였다.
과일만큼 좋아하는 것이 초콜릿이다. 호주에 있을 때는 웬만한 초콜릿 브랜드는 거의 다 먹어봤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Mars를 좋아한다. 오랜만에 눈에 들어온 초콜릿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이스트코스트 파크(East Coast Park)







해변은 눈부시게 화창했다. 조깅을 하는 사람, 아이들과 피크닉을 나온 가족,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까지 목적은 달랐지만 모두 같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잔잔한 바닷가를 보며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를 타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사과를 먹으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아침 사과는 금사과라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 한참을 모래사장 위를 걸었다.
그러다 갑자기 속이 좋지 않아 근처 맥도날드로 향했다. 들어간 김에 그곳에서 점심까지 해결하기로 했다. 분명 아침은 건강하게 시작했는데, 결국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었다.
휴대폰을 충전하며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둔 빈탄에 위치한 리조트에 연락해 픽업 서비스가 있는지 물었다. 답변은 예상대로 픽업은 없고, 택시 예약만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왕복 택시 요금을 생각해보니 차라리 그 비용으로 더 나은 리조트를 가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픽업 서비스가 포함된 다른 리조트를 찾아 예약을 마쳤다. 급하게 정한 숙소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꽤 좋은 선택이었다. 어쩌면 그 리조트를 가기 위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맥도날드에서 많은 볼일을 보고, 다음 목적지까지 걸어가며 소화를 시키기로 했다. 다음 행선지는 Peranakan Houses. 인스타그램에서 싱가포르를 검색하다가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았던 곳이다.
싱가포르를 여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쇼핑몰로 향하게 된다. 더위를 식히고 갈증을 해소하기에 좋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BOOST에 들러 과일 주스를 마셨다. 과일은 무엇을 섞어도 대체로 맛있다.
한때 과일이 너무 좋아 과일 주스 가게에 이력서를 내고 잠시 일한 적도 있다. 과일을 빠르게 잘 깎는다고 칭찬을 받았었다. 그때 나의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목적지를 향해 걷던 중, 골목에서 귀여운 가게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더위를 피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들어가고 싶어서 발걸음을 멈췄다.
책도 팔고, 고양이 굿즈도 가득한 공간이었다. 나는 또 한눈을 팔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소품샵의 모습이었다. 언젠가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귀여운 고양이 접시 하나를 샀다. 짐은 조금 늘었지만, 행복의 무게가 더 크니 노프라블럼~
페라나칸 하우스(Peranakan Houses)
위치: 287 Joo Chiat Rd, Singapore 427540
관람 팁: 파스텔톤의 이색적인 건물들은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사진 촬영 시 거주자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오전 10시~오후 4시 사이가 햇빛이 가장 예쁘게 들어옵니다.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나오니 한적하고 예쁜 공간들이 이어졌다.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야외 테라스도 보였다. Peranakan Houses는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관광지가 된 듯한 분위기였다.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나란히 서 있었고, 매일 집에 들어가며 이런 풍경을 마주한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졌다. 색 조합도 인상적이었다. 평소에 자주 보던 방식이 아니라, 흔하지 않은 조합들이라 더 눈에 들어왔다.
여행을 하며 그 나라에서 사용하는 낯선 색감을 발견하는 일도 또 다른 재미다. 가능한 한 많이 눈에 담아두려고 했다. 외관만큼이나 내부 공간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휴대폰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사진이 제대로 찍히고 있는지는 나중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선글라스도 필수였다.

인간은 참 대단한 존재다. 물론 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지만.
동쪽 일정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다시 중심부, 핵심 코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순탄한 여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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