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면을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다. 그리고 각 나라의 미술관을 찾아다니는 일 역시 여행을 떠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온전히 Art day로 정했다.
미술관은 전시 교체 기간에 휴관하는 경우가 있어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헛걸음을 할 수도 있다. 티켓은 한국 여행 사이트에서 미리 결제한 뒤 메일로 받은 QR코드를 사용했다. 이번 여행을 하며 느낀 점 하나는, 싱가포르는 유독 QR코드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클룩(Klook)이나 마이리얼트립 같은 곳에서 미리 사면 현장 결제보다 저렴하고 줄 설 필요가 없어서 좋다
National Gallery Singapore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위치: 1 St Andrew's Rd, Singapore 178957 (시청역 인근)
운영시간: 매일 10:00 ~ 19:00
입장료: 성인 약 $20 (한국 예매 시 더 저렴함)
나의 첫 번째 행선지는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였다. 가장 가고 싶은 곳이라면 평일 오픈 시간에 맞춰 가는 것을 추천한다. 비교적 덜 붐비기 때문이다.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나에게는 건축물과 공간 자체도 그만큼 중요한 요소다. 음식을 담는 그릇처럼, 공간 역시 작품을 완성하는 일부라고 생각한다.

처음 National Gallery Singapore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라운지 공간이다. 그 순간, 완전히 다른 공간에 들어선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아침을 먹었나?


National Gallery Singapore 안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공간이 이어져 있고, 위 사진은 그중 한 곳이다. 규모가 큰 만큼 볼거리도 많아 하루 종일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층마다 전시 주제가 다르고, 전체 공간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공간의 분위기도 다르게 느껴진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 미술관을 둘러보는 방식도 제각각일 것이다. 나는 먼저 공간을 크게 한 바퀴 둘러보며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작품을 감상한다. 그리고 다시 보고 싶은 공간으로 돌아가 오래 머물거나 도슨트 설명을 듣는다.
아마 이번 포스팅은 사진이 많을 것 같다.(찍은 사진을 오래,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 내가 처음 들어간 곳은 B1F에 있는 어린이 미술관이었던 것 같다. 보고 즐길 거리가 많아 시작부터 흥미로웠다. 작은 문을 통과해 나오자마자 직원과 눈이 마주쳐 잠시 민망했지만. 다행히 친절하게 1층부터 4층까지 둘러보는 동선을 안내해주셨다.



가는 길에 기프트숍이 눈에 들어왔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결국 발걸음을 멈췄다. 하나하나 소중해 보이는 물건들에 괜히 마음이 반응했다. 짐을 많이 늘리고 싶지 않아 작고 가벼운 것들만 골랐다. 어디서든 앉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작은 무지 노트와 연필 한 자루를 샀다.





기프트숍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자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나타났다. 내셔널 갤러리 사진을 많이 찾아보지 않고 와서 이런 공간이 있는 줄은 몰랐다. 기대 이상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부터 내려오며 관람하기로 하고 이동했다. 각 층은 입구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 공간을 따라 이동하면 한 층 전체를 자연스럽게 둘러볼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었다.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를 충분히 둘러본 뒤, 나는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National Museum of Singapore

싱가포르 국립 박물관
위치: 93 Stamford Rd, Singapore 178897
운영시간: 매일 10:00 ~ 19:00 (마지막 입장 18:30)
입장료: 외국인 성인 약 $15 (상설 전시 기준)
점점 더 뜨거워지는 햇살에 녹아내리기 전에 싱가포르 국립 박물관에 도착했다. 박물관인 만큼 전시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싱가포르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규모가 큰 공간답게 내부 공간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사진을 다시 보니 자꾸 아른거린다. 최근 읽은 책에서는 쓰지 않는 물건을 사서 전시용으로 두기보다, 경험에 소비하라고 했지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에 한 작가의 전시를 보러 갔을 때, 한쪽에 그가 여행하며 모아온 물건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몇십 년이 지난 것들이었지만 상태는 잘 보존되어 있었다. 아마 그 물건들에는 시간이 켜켜이 쌓인 추억이 함께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 박물관도 여유롭게 둘러보았다. 학교에서 단체로 견학을 온 듯한 학생들이 보였다. 얼마 전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봤던 장면과 비슷했다. 교과서로 배우는 것보다 직접 현장에서 보는 경험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나는 도슨트를 진행 중인 무리에 자연스럽게 섞여 설명을 들었다.

마음의 양식을 채워서인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근처 식당에 들러 택시 기사님이 추천해준 치킨라이스와 바쿠테를 주문했다. 먹다가 콜라가 생각나 주변에 콜라 파는 곳을 급하게 찾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입맛도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요즘은 속이 편한 음식이 더 좋다.
Objectifs


오브젝티프
위치: 155 Middle Rd, Singapore 188977 (노란 건물이 특징)
운영시간: 화~토 12:00 ~ 19:00 / 일 12:00 ~ 16:00 (월요일 휴관)
입장료: 대부분 무료 전시(특수 상영회나 워크숍 제외)
'Why you take my photo?' 디자인 센터로 가는 길에 눈길을 끄는 공간이 있었다. 외관을 보니 사진과 필름과 관련된 곳 같았다. 바로 구글 지도로 정보를 확인했고, 내부를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갈지 말지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지나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결국 오른쪽 건물부터 들어가 보기로 했다.





오른쪽 공간은 사진과 필름 관련 책, 그리고 필름을 판매하는 스토어였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인 서점이었다. 들어가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고 괜히 심장이 더 빨리 뛰는 것 같았다. 찬찬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책을 한 권씩 펼쳐보았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자아를 찾는 것. 나는 결국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내가 좋아하고,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일.







다음으로는 본관처럼 보이는 노란 건물로 들어갔다. 사실 들어가기 전까지는 약간의 진입장벽이 있었다.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그런 생각이 무색해질 만큼 좋은 공간이 펼쳐졌다. 독립영화가 전시되고 있었고, 안쪽에서는 시간대별로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관객은 나 혼자였다.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상영관처럼 느껴졌다. 이런 순간이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다.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일.
National Design Centre

내셔널 디자인 센터
위치: 111 Middle Rd, Singapore 188969
운영시간: 매일 09:00 ~ 21:00 (다른 곳보다 늦게까지 운영!)
입장료: 무료 입장
오늘의 피날레는 내셔널 디자인 센터였다. 미술관이나 박물관보다 운영 시간이 길어 마지막 일정으로 정했다. 이곳은 구글 지도에서 Design, Art, Museum, Gallery 등을 검색하다 발견한 장소다.
여러 예술 종사자들이 모여 협업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1·2층에서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방문했다. 오늘 본 전시 중 가장 트렌디한 분위기였고, 프린트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특히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오래오래 머릿속에 간직하기.






여행의 첫날 일정이 끝났다.
그동안 잠시 잊고 지냈던 감각들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렇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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