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쉼,
갑작스레 마주한 휴일.
그리고 인생의 갈림길.
이제는 방향을 정해야 할 것 같다.
계획된 선택이라 해도, 계획은 언제든 수정되는 법이니까.
나는 늘 그래왔듯,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어느 순간부터 인생의 목적지가 흐릿해졌다.
분명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었는데,
지금은 잠시 멈춰 선 기분이다.
그래서,
당장 어디로든 떠나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떠날 수 있는 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이번 여행의 목적은 분명했다.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것.
비우고, 다시 채우는 시간.
여유롭고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시간.
예전보다 확실해진 나의 여행 방식이 있다.
짐을 많이 들고 가지 않는다.
정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챙긴다.
이민을 가는 것도 아니고,
패션쇼를 하러 가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계획을 지나치게 촘촘히 세우지 않는다.
과거의 나는 여행 타임라인을 분 단위로 짜고,
버스 번호와 노선, 시간표까지 모두 정리해야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인생은 늘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우연히 마주한 장면들,
예상치 못한 변수들.
어쩌면 그것들이 여행의 묘미 아닐까.
그래서 이번 여행에도
꽤나 재미있는,
조금은 당황스러운 에피소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 수속까지 프로답게 마쳤다.
긴장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싱가폴 까지는 편도 6시간.
밤 비행기를 타고 간다.

바깥보다 실내를 비추는 검은 창가석에 앉아 나는 슬퍼.
비행기 안이야 슬퍼 슬퍼.. 음악은 왜이리 슬퍼 슬퍼..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필수 필수..
비록 혼자일지라도 음악과 함께 한다면..
난 외롭지가 않아.. 두렵지가 않아..
그렇게 나는 차가운 비행기 안
시린 마음과 함께 싱가폴로 떠났다.
이렇게 나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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