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뉘른베르크에서 뷔르츠부르크로 돌아가는 길이다. 기차로 1시간 조금 넘는 거리에 위치해있다. 원래라면 아침부터 시작했어야 할 뷔르츠부르크 여행이었지만, 기차역을 잘못 내려 뉘른베르크를 먼저 둘러보고 오게 됐다. 방금 뉘른베르크에서 산 중고책과 디자인 숍에서 구매한 작은 색연필 세트를 꺼내 책 속에 그림을 그려본다. 이상하게도 크레파스나 색연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손바닥만 한 색연필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너무 귀엽지 않은가요.
Würzburg 뷔르츠부르크 도착
뷔르츠부르크에서는 뷔르츠부르크 궁전을 둘러본 뒤 알테마인교까지 걸으며 도심을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마리엔베르크 요새에서 도시 전경을 볼 계획이다. 핵심 명소를 보고 도심을 구경하고, 끝에는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며 마무리하는 루트다. 방금 뉘른베르크에서의 여행 루트와 비슷한 모습이다.

Residenz Würzburg 뷔르츠부르크 궁전
뷔르츠부르크 궁전은 잘 가꾸어진 정원과 화려한 건축이 인상적인 18세기 바로크 궁전이다. 궁전에 들어가기 전 먼저 정원을 천천히 둘러봤다. 정돈된 길과 나무, 그리고 작은 꽃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관리된 느낌이 전해졌다. 공간 전체에서 오랜 시간 쌓인 정성과 품격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궁전 안으로 들어가 티켓을 구매하고 소지품은 물품보관소에 맡겼다. 보관을 마친 뒤 다시 안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방향을 잘못 잡아 출구로 나가 버리고 말았다. 결국 궁전 밖으로 한 바퀴를 크게 돌아 다시 입구로 들어왔다. 아까 봤던 직원분도 내가 다시 궁전 입구에서 나타나자 상황을 알아차린 듯 서로 웃으며 눈인사를 나눴다.

궁전 안에서 바라본 정원의 모습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바깥에서 보던 풍경과는 달리, 창을 통해 프레임처럼 담긴 정원은 하나의 그림처럼 보였다. 왜 이렇게 정원을 정성스럽게 가꾸는지 알 것 같았다.



궁전의 초입 계단부터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조각 하나, 천장의 프레스코화 하나까지 모두 정교하게 완성되어 있어 시선이 계속 머물렀다. 잠시나마 내가 이 궁전에 사는 사람인 것 같은 기분에 빠져보기도 했다.

창으로 스며드는 빛이 공간 전체를 한층 더 밝고 우아하게 만들어 주었다.



궁전 안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공간이다. 둥근 돔 형태의 구조 안에 벽면에는 그림과 창이 번갈아 배치되어 있었고, 양쪽에 놓인 문 사이로 카펫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의자에 앉아 천천히 그림을 감상할 수 있어,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다.

궁전을 나오니 별관처럼 보이는 공간에 기념품 숍이 있었고, 그 옆에 작은 문 하나가 눈에 띄었다. 마침 단체 관람객들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가길래 나도 자연스럽게 따라 들어가 보았는데, 그곳에는 Court Church of Residence Würzburg가 자리하고 있었다.
화려한 금박 장식의 로코코 양식이 인상적인 성당으로, 자칫 그냥 지나칠 뻔한 공간이었다. 만약 뷔르츠부르크 궁전을 방문한다면, 바로 옆에 있는 이 성당도 함께 둘러보길 추천한다.



뷔르츠부르크 궁전을 나와 알테 마인 교까지 천천히 걸으며 거리를 둘러봤다. 뉘른베르크보다 사람도 많고 분위기도 조금 더 북적였다. 관광객의 비중도 확실히 높아 보였다. 그만큼 도시가 활기차고, 강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리듬이 느껴졌다.
걷다 보니 잠시 숨을 고르고 싶어 보여 괜찮아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라떼 한 잔을 마시며 휴대폰도 충전하고 잠시 쉬어 갔다. 유럽에서는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이렇게 카페나 미술관, 백화점이 보일 때 미리 들러두는 게 좋다.
Alte Mainbrücke 알테마인교


알테마인교에서 바라보니 언덕 위로 마리엔베르크 요새가 또렷하게 보였다.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거리라고 하는데, 천천히 올라가며 도시를 바라보는 시간이 꽤 좋을 것 같았다.
뷔르츠부르크는 와인으로 유명한 도시라 그런지 다리 앞 와인 가게에는 긴 줄이 이어져 있었고, 사람들은 한 잔씩 손에 들고 다리 난간에 기대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이 꽤 낭만적으로 보였다. 이 도시만의 여유로운 풍경과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은 수단 같았다.
Festung Marienberg 마리엔베르크 요새


생각보다 오르는 길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길가 들판에는 민들레가 가득 피어 있었다. 괜히 한 송이를 꺾어 조용히 불어본다.
주변에는 지나가는 행인 하나 없었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모든 질문이 잠시 나에게서 멀어졌다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반문한다.


저 멀리 알테마인교와 내가 걸어 올라온 길, 그리고 뷔르츠부르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노을이 질 무렵에 오면 분명 더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풍경은 카메라로는 도저히 다 담아낼 수 없다. 내가 찍은 사진은 실제의 반의 반도 되지 않았다. 결국 카메라를 내려놓고, 눈으로 천천히 끝에서 끝까지 바라보았다.
반나절 만에 도시 전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그 도시만이 가진 분위기는 분명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도시마다 조금씩 다른 결을 가진 매력이 있다는 것도. 이번 여행은 그런 미묘한 차이를 하나씩 알아가는 시간인 것 같다.

도저히 다시 걸어서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아, 뷔르츠부르크 역까지는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배차 간격이 조금 길고 돌아가는 느낌은 있었지만, 앉아서 창밖을 구경하며 갈 수 있어 오히려 괜찮았다.
뷔르츠부르크 역 앞에도 생각보다 구경할 거리가 많았다. 잠시 들른 1유로 숍에서 휴족시간 같은 발 찜질팩을 하나 샀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닌 발에게 주는 작은 보상이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종착지인 밤베르크로 향한다. 오늘 머물 숙소가 그곳에 있어, 도착하면 먼저 짐을 풀고 숙소 주변을 구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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