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의 3일 차. 오늘은 본격적으로 독일의 소도시들을 여행할 계획이다. 여행 일정을 짤 때 수많은 독일 소도시 중 어디를 가야 할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가보고 싶었던 곳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 후기와 사진들을 보며 내가 가고 싶은 도시들을 하나씩 추려보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고 싶은 별 다섯 개의 도시는 필수로 넣었고, 이동 동선 사이에 들를 수 있는 도시가 있다면 추가하는 방식으로 루트를 완성했다. 아쉽게도 동선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들은 제외해야 했는데, 뉘른베르크가 그중 하나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3일 차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아침에 출발해 뷔르츠부르크를 둘러본 뒤, 저녁에는 밤베르크에 머무를 예정이었다. 도시 간 이동 시간은 한 시간 정도였다. 그렇게 프랑크푸르트에서 뷔르츠부르크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나는 커피와 빵을 먹으며 창밖 풍경을 바라봤다. 열차 안에서의 시간은 보통 반은 먹는 데 쓰이고, 나머지는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데 흘러간다.

뷔르츠부르크로 가는 길에는 엉켜버린 목걸이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하나도 아닌 두 개가 서로 엉켜버려 어느 하나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창 목걸이에 빠져 있던 때라 괜히 꼭 풀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지만, 역시 내 인생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중간중간 지도를 확인하며 열차가 어디쯤 왔는지 살폈다. 뷔르츠부르크까지는 거리가 애매하게 남아 있었고, 뭔가 한 정거장쯤 더 가야 할 것 같은 지점에서 열차가 멈췄다. 나는 다음이겠지 생각하며 계속 목걸이 풀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열차는 그 이후로도 한참을 더 달리더니, 결국 뷔르츠부르크를 지나쳐버렸다. 그렇게 아침부터 계획이, 마치 목걸이처럼, 엉켜버렸다.
지도를 다시 보니 다음 정차역은 뉘른베르크였다. 결국 나는 한 시간을 더 달려 뉘른베르크에 도착했다. 계획을 세울 때 가고 싶었지만 루트에서 제외했던 도시라서인지,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 철도 패스를 이용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5월의 독일은 해가 정말 늦게 진다. 하루가 길어서 도시 하나쯤 더 추가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풀리지 않던 목걸이가 나를 이곳으로 이끈 건 아닐까. 운명처럼.
Nürnberg 뉘른베르크 도착

그렇게 나는 뉘른베르크에 도착했고, 플랫폼 안에 캐리어를 보관한 뒤 본격적으로 여행길에 나섰다.
웃긴 건 지도를 보고 짐 보관소를 찾아갔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그때 안에서 나오신 분이 여기는 카드가 있어야 출입할 수 있는 곳이라며 다른 물품 보관소 위치를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알고 보니 내가 문을 열려고 했던 곳은 오피스텔 건물이었다. 길을 너무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다. 독일 사람들은 정말 친절한 것 같다.
Handwerkerhof Nürnberg 뉘른베르크 수공예마을

제빠르게 뉘른베르크에 대해 알아봤는데, 도시는 크지 않아 걸어다니며 충분히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역 근처에 위치한 뉘른베르크 수공예 마을이었다. 사실 이름을 보는 순간부터 설렜다. 수공예 마을이라니. 과연 얼마나 예쁘고 진귀한 것들이 가득할까 하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유리공예, 향초, 도자 등 다양한 수공예 가게들이 이어져 있어 천천히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가게 한켠에 마련된 작업실이 눈길을 끌었다. 완성된 작품보다 작업의 과정이 남아 있는 공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다른 사람들의 작업 공간을 바라보며, 언젠가 나만의 작업실을 어떻게 꾸밀지 자연스럽게 상상해 보게 된다.



수공예 마을을 나와 뉘른베르크 성으로 향하는 길에는 디자인 스토어와 카페, 편집샵들이 이어져 있어 구경할 거리가 많다. 소도시 특유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길가에는 과일 가판대와 중고서적을 파는 곳도 있었는데, 나는 여기서 책을 몇 권 골랐다. 책을 읽는 시간보다 고르는 순간이 더 즐겁게 느껴졌다. 유럽에 오면 늘 중고서적 한두 권은 기념처럼 사게 되는 것 같다.


너무 한적해서인지 마음이 자연스럽게 편안해졌다. 이게 바로 소도시가 주는 매력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Hauptmarkt





방금 느꼈던 행복이 끝이 아니었다. 뉘른베르크 성에 다다를 즈음, 성모성당 앞 광장에서 하우프트마르크트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보통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우연히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유럽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와 빨간 줄무늬 천막들이 어우러져 마켓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걸어 다니다 보니 허기가 져 광장 한쪽에 있던 푸드트럭에서 치킨 랩을 하나 사 먹었다. 이번 독일 여행에서 먹은 음식 중 손에 꼽을 만큼 맛있었다. 양도 정말 많아 하나를 다 먹기 힘들 정도였다. 한국에서 먹던 또띠아 랩은 늘 아쉬웠는데, 여기서는 오히려 남길 만큼 푸짐했다.
치킨랩을 먹으며 마켓을 천천히 구경하던 중, 정오가 되자 성당의 시계에서 음악이 흐르고 뻐꾸기 인형이 등장했다. 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휴대폰을 꺼내 그 순간을 기록한다.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이 여행의 기억을 더 또렷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Kaiserburg Nürnberg 뉘른베르크성





생각보다 뉘른베르크 성까지는 제법 걸어야 했고, 성 초입부터는 오르막이라 조금 힘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니 뉘른베르크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고, 올라온 보람이 느껴졌다. 도시 특유의 색감과 분위기를 천천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다시 내려와 뉘른베르크 역에서 캐리어를 찾고, 처음 계획했던 목적지인 뷔르츠부르크로 향한다. 우연처럼 찾아온 뉘른베르크는 이번 여행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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