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 일을 하다 보면, 작업이 막히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혹시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늘 함께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밖으로 나가 새로운 것들을 접하려고 한다.
대표적으로 미술관을 찾아 가기도 하고, 디자인 서적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학창 시절, 도서관 예술 코너에서 통학 버스를 기다리며 책을 읽던 경험이 나를 많이 성장시켜 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술관과 공간,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나는 나만의 취향이 담긴 장소를 하나 가지고 있다. 아마 5년 전쯤 처음 방문했을 때의 좋은 기억이 남아 있어, 오랜만에 다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서울에 살 때는 1시간 안에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경기도 남쪽에서 의정부까지 이동해야 해 꽤 긴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오랜만의 방문이라 발걸음은 가볍고 설렜다.

의정부 미술 도서관
위치 : 경기 의정부시 민락로 248
운영시간 : 도서 열람 공간 평일 (화~금): 10:00 ~ 21:00 / 주말 (토~일): 10:00 ~ 18:00 / 월요일 휴관
3F Multi Ground

1층부터 3층까지 통창으로 이어진 내부, 선반과 계단, 그리고 책을 읽는 공간까지—모든 구조가 인상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본 의정부 미술 도서관은 단순히 도서를 보관하는 기능을 넘어, 사용자의 경험(UX)과 시각적 개방감을 극대화한 설계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3층 높이의 통창을 통해 유입되는 풍부한 자연광이 화이트 톤의 보이드(Void) 공간과 만나 내부 디자인의 밀도를 한층 높여주는 느낌을 받았다.


이토록 완성도 높고 밀도 높은 공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 도서관 하나만으로도 의정부로 이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한국에서 가본 도서관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총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3층에는 카페와 사무실, 오픈 스튜디오가 있다.
기증 존 주변으로도 책 선반이 배치되어 있어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도서관과 잘 어울리는 미니멀하고 모던한 분위기의 카페에서는 다양한 음료와 쿠키,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다.

먼 길을 온 만큼,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요즘 유행하는 황치즈 쿠키도 함께 주문했다. 커피도, 쿠키도 만족스러웠다.
이날 읽은 책은 『무정형의 삶』.
예전에 한 번 읽었던 책인데, 얼마 전 김민철 작가님의 강연를 들으러 가며 다시 꺼내 들었고, 영광스럽게 사인까지 받게 되었다.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같은 책이지만 전혀 다른 모양으로 다가왔다. 파리 여행의 기억들도 자연스럽게 떠올라 더 좋았다.


책을 읽다가 요즘의 나를 닮은 문장을 발견했다.
책을 늘 들고 다니다가, 카페나 공원에 잠시 앉아 읽고 싶은 만큼 읽은 뒤 다시 정처 없이 걷기.


책을 읽을 만큼 읽었으니, 다시 공간을 둘러보기로 했다.
3층을 떠나기 전, 여러 각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글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 것처럼, 이 공간 역시 사진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다.
2F General Ground

2층에는 일반자료실, 어린이자료실, 그리고 정기간행물 코너가 있다. 각 공간 모두 규모가 크고, 다양한 책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책의 큐레이션도 인상적이었고, 선반 사이사이에 앉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다.


일반자료 공간의 정말 일부분만 사진으로 담았지만 이것보다 훨씬 많은 책들이 있다.

연속간행물 코너는 마치 미용실이나 치과 대기실처럼 편안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소파와 작은 테이블이 놓여 있어 가볍게 머물며 읽기 좋았다.

2층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공간, ‘필사의 방’.
사람들이 직접 써 내려간 문장들을 읽어보며 잠시 머물렀다.


그날 마음에 남은 문장들은 사진으로 기록해두었다.
1F Art Ground

1층으로 내려오면, ‘미술도서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미술 서적들과 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시선 또한 또 다른 시각이다.

방문 당시에는 전시 준비 중이라 관람하지 못했지만, 4월 15일부터 새로운 전시가 시작된다고 한다. 조금만 더 늦게 올 걸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한 공간에서 전시를 보고, 다양한 디자인 서적까지 함께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이 도서관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


디자인이라는 범주 안에서 다양한 예술 분야의 책들이 모여 있어, 관심 가는 코너에서 책을 골라 창가에 앉아 읽는 시간이 무척 좋았다.










특히 매거진 코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마치 비핸스에서 보던 작업들을 인쇄물로 직접 넘겨보는 느낌이었다.

이곳에서 또 하나 인상 깊은 문장을 만났다.
“미술가는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내기 전에, 아름다운 것을 알아내야 한다.” 창작은 결국 경험에서 나온다고 믿기에 더욱 공감이 갔다.

미술도서관에 오면 늘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반나절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오랜만에 먼 길을 온 김에,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음악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뚜벅이인 내가 미술도서관에서 음악도서관으로 이동하는 데에는 대중교통으로 약 30분 정도가 걸렸다.
의정부 음악도서관은 중랑천 앞에 위치해 있다. 날씨는 맑았고, 벚꽃이 막 피어나던 시기였다. 햇빛을 받아 먼저 꽃을 피운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산책을 했다. 그 순간이 참 여유롭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의정부 음악 도서관
위치 : 경기 의정부시 장곡로 280
운영시간 : 도서 열람 공간평일 (화~금): 09:00 ~ 21:00 /주말 (토~일): 09:00 ~ 18:00 / 월요일 휴관

음악도서관은 책과 음악, 그리고 공간이 결합된 국내 최초의 음악 특화 공공도서관이다.
나 역시 ‘음악도서관’이라는 테마의 공간은 처음이라, 이곳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을지 더욱 궁금했다.

정말 계단이 힙하다.
내부 공간에 그래비티 요소를 이렇게 과감하게 적용할 생각을 했을까.
Music Stage


제일 먼저 3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장 궁금했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3층은 ‘Music Stage’.
CD와 LP, DVD 등 다양한 매체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과 오디오룸, 뮤직홀, 스튜디오가 함께 구성되어 있다.
이제 이 공간을 하나씩 천천히 들여다보려 한다.





원하는 LP 두 장을 골라 자리에 앉아 음악을 감상했다. 헤드폰을 끼고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았다.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깊이 알지는 못하는 편이라, 앨범 커버만 보고 LP를 골랐다. 오히려 그런 우연 덕분에 좋은 노래와 아티스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 발견한 아티스트와 노래는
Yellow Magic Orchestra의 Cosmic Surfin’.

산책을 오래 해서인지, 음악을 듣다 보니 어느새 오후 6시가 되어 있었다. 평일에는 9시까지 운영된다고 생각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3층은 6시에 문을 닫는다고 했다. (음악 도서관은 3층은 6시에 닫으니 참고하세요!)
다음에는 시간을 좀 더 여유 있게 잡고 다시 방문해야겠다.
Mezzanine


2층은 ‘Mezzanine’으로, 다양한 악보와 시집, 매거진이 마련되어 있다.
창을 바라보며 앉을 수 있는 좌석들이 있어 조용히 책을 읽기 좋은 공간이라고 느껴졌다.
Book Stage


1층 ‘Book Stage’는 일반 도서와 음악 도서, 어린이 도서 등 다양한 책들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2층과 이어지는 오픈 스테이지 구조 덕분에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도서관을 나서던 순간, 앞쪽 잔디 위에 놓인 피아노가 놓여져 있었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까지 더해져, 이 공간 전체가 하나로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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