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찾아서1 - 제주 미술관 여행: 유동룡미술관, 본태박물관, 수풍석뮤지엄

2026.03.03season/영감을 찾아서

제주 공항 앞 야자수 및 헬로 제주 간판 사진

제주도에는 좋은 미술관들이 많습니다. 제가 제주 미술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 때문입니다. 건물이 주변 풍경과 분리되어 보이지 않고, 그 환경 안에서 함께 구성된 공간이라는 점이 좋습니다.
저는 미술관을 볼 때 몇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먼저 건축입니다. 그다음은 작품을 담아내는 방식과 동선입니다. 공간이 어떻게 이어지고, 관람 흐름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봅니다. 전시의 주제가 명확한지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벽면에 미디어아트를 재생하는 전시에는 크게 끌리지 않습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많지만, 최근에 방문했던 미술관 중 기억에 남는 곳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유동룡미술관

위치 : 제주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906-10 유동룡미술관(ITAMI JUN MUSEUM)
입장료 : 26,000원(성인 기준) / 네이버 사전 예약제
운영시간 : 10:00 ~ 18:00 (17:00 입장 마감) /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 https://www.itamijunmuseum.com


제일 먼저 소개할 미술관은 유동룡미술관입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평소에 유동룡(이타미 준)의 건축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제주 자연에 깊이 매료되어 여러 건축 프로젝트를 남겼고, 자연을 거스르기보다 그 안에 스며드는 방식을 추구했던 건축가입니다. 제주에서 그의 작업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미술관을 찾게 되었습니다.

제주 유동룡미술관 입구 간판 사진


유동룡미술관은 그의 딸인 유이화가 설계한 공간으로, ‘이타미 준 세계의 완성체’라고 소개됩니다. 지상 2층 규모의 공간에는 1970년부터 2011년까지의 건축 작품을 비롯해 회화, 서예, 조각 등 다양한 작업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그가 수집했던 물건들과 저서도 함께 소개되어, 건축가로서뿐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함께 소개할 수풍석뮤지엄과 방주교회 역시 그의 작업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번 포스팅에서 다루는 세 곳 모두가 연결되어 있네요. 그만큼 제주에서 그의 건축이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동룡미술관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어, 네이버를 통해 오후 1시 타임으로 예약 후 방문했습니다.

제주 유동룡미술관 실내 먹의 공간 사진
먹의 공간
제주 유동룡미술관 내부 인테리어 사진
제주 유동룡미술관 내부 통창과 그앞에 높인 테이블


미술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왼쪽으로 시선이 향했습니다. 이곳은 제가 유동룡미술관에서 가장 기대했던 공간이기도 합니다. 넓게 트인 창 너머의 풍경과 차분하게 정리된 실내 공간이 함께 보이는데, 건축이 자연을 액자처럼 담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시 소개 글에는 “개인의 오리지널리티를 소홀히 하며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우리들에게, 이타미 준의 메시지를 통해 각자의 생각을 정리하는 여유로운 시간과 공간을 구성하였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 문장이 유난히 이 공간과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조용히 앉아 있기만 해도 생각이 정리되는 듯한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제주 유동룡미술관 2층 전시 공간
제주 유동룡미술관 2층 전시 사진
제주 유동룡미술관 2층 전시관 입구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총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전시실마다 서로 다른 테마를 담고 있습니다.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가 함께 운영되어 시기에 따라 다른 구성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손이 따뜻한 예술가들 : 그 온기를 이어가다> 기획전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 전시는 이타미 준이 평생 고민해왔던 ‘균형’과 ‘인간의 온기’에 대한 메시지를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과 함께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제주 유동룡미술관 1층 바람의 노래 내부 카페 사진
바람의 노래
제주 유동룡미술관 1층 카페 데스크 사진


그리고 너무 좋았던 티라운지.
미술관 티켓을 구매하면 유동룡미술관 기념품 또는 ‘바람의 노래’ 시그니처 티가 포함되어 있어, 저는 차 한 잔을 선택했습니다. 공간의 깊은 분위기와 조용한 공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더욱 여유롭게 머물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티라운지는 평소 차를 즐기고, 귀한 손님에게 정성스럽게 차를 내어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이타미 준에게서 영감을 받아 구성된 공간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그의 철학을 담은 블렌딩 티와 제주에서 생산된 다양한 차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차를 마시며 창밖 풍경을 바라보던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전시를 보고 난 뒤 잠시 생각을 정리하기에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습니다. 티라운지 바로 뒤편에는 뮤지엄 스토어가 있어 자연스럽게 둘러볼 수 있는 동선으로 이어집니다.


제주 김창열 미술관 앞에 놓인 조각상
제주 김창열 미술관 내부 인테리어 건축 사진
김창열 미술관
제주 김창열 미술관 내부에서 찍은 사진
제주 김창열 미술관 내부 사진

유동룡미술관을 방문하면서 저지예술문화마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에는 제주현대미술관을 비롯해 김창열미술관 등 다양한 예술 공간이 모여 있습니다.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여러 미술관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시간 여유가 있다면 유동룡미술관 관람 후 다른 미술관들도 함께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본태박물관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762번길 69 본태박물관
입장료 : 30,000원(성인 기준) / 굿모닝 본태(12시 이전 입장) 20,000원으로 방문
운영시간 : 10:00 ~ 18:00 (17:00 입장 마감) 
홈페이지 : https://bontemuseum.com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또 다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본태박물관을 찾았습니다. ‘본태’는 본래의 모습을 뜻하는데, 이름처럼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주 본태 박물관 입구 사진
본태박물관


저는 네이버에서 ‘굿모닝 본태’ 티켓으로 예매 후 방문했습니다. 12시 이전에 입장하면 되는 티켓으로, 일반 입장권보다 1만 원 저렴했습니다. 사람이 붐비지 않는 이른 시간을 선호하는 저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미술관은 총 5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3관은 전시 준비 중이었고, 5관에서는 불교와 관련된 기획전시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내부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제2관 현대미술 공간부터 소개해보겠습니다.

제주 본태 박물관 2관 1층 복도 사진


신발을 벗고 전시장으로 입장을 했습니다. 미술관이라기 보다 아주 좋은 전원 주택에 들어온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공간은 총 2층으로 여러개의 방이 있었습니다. 작품은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백남준, 로버트 인디애나, 피카소, 달리 등의 작품이 있습니다.

제주 본태 박물관 3관 1층 내부 사진
제주 본태 박물관 3관 실내 공간이 잘 담긴 사진
제주 본태 박물관 3관 전시 작품 살바도르 달리
La Montre Molle, 살바도르 달리
제주 본태 박물관 3관 2층에서 내려다 본 아래 책상
2층에서 바라본 모습

2관에서 가장 좋았던 공간은 안도 다다오의 ‘명상의 방’이었습니다. 이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미로처럼 이어진 동선을 따라가야 합니다. 나올 때도 들어올 때와 같은 길을 다시 걸어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에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일부러 효율적이지 않은 동선을 만들고, 관람자가 박물관 곳곳을 걸으며 생각하도록 유도한 공간입니다. 그리고 ‘명상의 방에서 자신이 느낀 것과 생각한 것을 모두 정리하고 나가길 바란다’는 문구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제주 본태 박물관 건축물 사진
제주 본태 박물관 건축 사진
제주 본태 박물관 건축물 공간이 이어지는 곳


본태박물관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를 바탕으로, 빛과 물을 건축 요소로 끌어들여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한 안도 다다오의 철학이 담긴 공간입니다. 전시는 크게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하나는 현대 미술품, 다른 하나는 전통 공예품을 다루는 공간입니다.
방금 현대 미술 전시를 관람한 뒤 제1관에서 전통 수공예품을 감상했습니다. 안도 다다오는 한국 전통 수공예품을 각별히 아껴왔고, 그 애정과 존중이 이 공간의 기반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본태박물관이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제주 본태 박물관 야외 전시 공간 초록 사과
제주 본태 박물관 조각 공원
하우메 플렌자 Jaume Plensa<Children’s soul>, 2012

그리고 나가는 길에 조각 공원을 둘러보았습니다. 
본태박물관은 개인적으로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문할 가치가 충분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주교회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762번길 113
홈페이지 : http://www.bangjuchurch.org/index.php 


방주교회는 미술관은 아니지만 이번 글에 함께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본태박물관과 수풍석미술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은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이타미 준이 설계한 건축물로,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제주 방주교회 외부 건물 사진
방주교회
제주 방주교회 외부 건물 사진
제주 방주교회 외부 건물 사진
제주 방주교회 내부 사진
내부
제주 방주교회 내부 의자 사진

내부는 빛에 의해 완성되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수풍석 뮤지엄 예매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잠시 이곳에 앉아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풍석 뮤지엄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762번길 79 
셔틀 버스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번길 71 디아넥스 호텔 주자창 만남의 장소
입장료 : 30,0000(성인 기준) / 홈페이지 예약 필수
운영시간 : 2부 13:30 ~ 14:30 / 3부 15:00 ~ 16:00
홈페이지 : https://waterwindstonemuseum.co.kr

 
수풍석 뮤지엄은 오래전부터 제주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미술관입니다. 방문 시기마다 예약이 이미 마감되어 있었고, 미리 계획하는 편이 아니라 그동안 번번이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번에는 비수기에 제주를 찾으면서 예약에 성공했고, 3부(15:00) 시간대로 다녀왔습니다.

수풍석 뮤지엄은 지도에 표시된 위치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셔틀버스를 탑승하는 디아넥스 호텔 주차장으로 가셔야합니다. 그곳에서 관람객들이 함께 모여 셔틀버스로 이동하며, 이동과 관람이 도슨트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됩니다.

제주 수풍석 뮤지엄 석 뮤지엄 외관


수풍석미술관은 앞서 언급했듯 이타미 준이 설계한 공간입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이곳이 일반적인 미술관이 아니라 ‘비오토피아’라는 공동주택 단지 내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 입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 정해진 시간에만 제한적으로 개방된다고 합니다.
공간은 물·바람·돌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미술관처럼 작품을 전시하는 형태가 아니라, 자연 요소를 통해 사유하도록 설계된 ‘명상의 공간’에 가깝습니다.

석(石)뮤지엄

제주 수풍석 뮤지엄 석 뮤지엄 외부 건물
제주 수풍석 뮤지엄 석 박물관 내부 빛이 들어오는 모습


셔틀버스를 타고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석(石) 뮤지엄’이었습니다. 각 공간마다 도슨트 설명이 함께 진행되어 건축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건물 외관의 색은 처음 지어졌을 때와 달리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변화했다고 합니다. 내부에는 원통형 창이 있어, 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시간에 따라 벽면에 다른 형태로 드리워진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적막한 공간에 빛만이 떨어지는 구조라, 자연스럽게 시선이 한곳에 머물게 됩니다. 조용히 머물며 생각을 정리하기에 적절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주 수풍석 뮤지엄 석 뮤지엄 빛 통로
제주 수풍석 뮤지엄 석 뮤지엄 건물 뒷편
뒷편


풍(風)뮤지엄

제주 수풍석 뮤지엄 풍 뮤지엄 외부 건물


그리고 다음에 도착한 장소는 풍(風) 뮤지엄입니다. 이름처럼 실제로 바람이 많이 부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풍 뮤지엄에서 보이는 풍경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고 합니다. 안내에 따르면 여름에는 녹음이 짙게 드리우고, 겨울에는 눈이 쌓여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고 합니다.

제주 수풍석 뮤지엄 풍 뮤지엄 내부에서 찍은 사진


그리고 외관에서는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건물은 미세하게 휘어진 형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풍 뮤지엄에서는 긴 복도를 따라 걸으며 공간을 천천히 경험하게 됩니다. 내부에 놓인 돌 오브제에 앉아, 외부 나무 판 사이로 바람이 스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도 있습니다. 바람의 흐름을 그대로 느끼며 머무를 수 있도록 구성된 공간입니다.

수(水)뮤지엄

제주 수풍석 뮤지엄 수뮤지엄 외부 건물 사진
제주 수풍석 뮤지엄 수뮤지엄 내부 사진


아마 수풍석미술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공간은 수(水) 뮤지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 세 개의 공간 중 가장 방문하고 싶었던 장소였습니다.
건물의 외관은 카메라 렌즈를 연상시키는 원형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내부 중앙에는 얕은 수공간이 놓여 있고, 그 위로 하늘이 그대로 열려 있습니다. 시간에 따라 하늘의 색과 빛이 달라지고, 그 변화가 수면에 반사되며 공간의 분위기를 바꿉니다.

제주 수풍석 뮤지엄 수뮤지엄 내부 하늘 사진
제주 수풍석 뮤지엄 수뮤지엄 내부 사진


세 공간 중 가장 오래 머물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입주민들이 살고있는 사유공간이기도 하고 따로 마케팅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오고싶었던 곳이라 방문이 더 뜻깊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계절의 모습을 보기 위해 다음에 또 방문하겠습니다.

728x90